약리작용

항체치료제는 다 같지 않다: 알츠하이머 약물별 기전 비교 정리

goosle-2 2025. 4. 24. 11:42

항체치료제는 다 같지 않다: 알츠하이머 약물별 기전 비교 정리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 3종의 작용 기전 비교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증상 완화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질병의 원인을 직접 겨냥하는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의 방향이 근본적 병리 조절(disease-modifying therapy)로 바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FDA에서 조건부 승인 또는 정식 승인된 항체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
총 세 가지입니다:

  • 아두카누맙 (Aducanumab, 상품명: Aduhelm)
  • 레카네맙 (Lecanemab, 상품명: Leqembi)
  • 도나네맙 (Donanemab)

이 세 약물은 모두 베타아밀로이드(Aβ)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며, 효과와 부작용의 프로파일도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세 항체 치료제가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며, 무엇이 다른지
‘약리기전’을 중심으로 비교 정리해드립니다.


알츠하이머병의 병태생리와 치료 타깃

알츠하이머병은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Aβ)이 과다 생성 및 축적되며 시작됩니다.
이 단백질은 원래 존재하던 APP(Amyloid Precursor Protein)이 잘못 분해되면서 생기며,
서서히 독성 있는 응집체(oligomers, protofibrils, plaques)로 바뀌어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점차 뇌 위축과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Aβ를 조기에 제거하거나 축적을 막는 것이 근본적 치료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치료제입니다.


아두카누맙 (Aducanumab): 고형화된 플라크에 결합

아두카누맙은 인간 IgG1 단클론항체로,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체 중 ‘피브릴 형태의 플라크’를 주요 타깃으로 합니다.
즉, 이미 뇌 속에 형성된 단단한 고형 플라크(fibrillar plaques)에 결합해
면역세포가 이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이 약물은 다음의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1. 고형화된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에 선택적으로 결합
  2.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활성화시켜 식세포 작용 유도
  3. 기존에 축적된 플라크를 점차 제거

하지만 이미 형성된 플라크는 혈관 벽 근처에도 다수 존재하고 있어,
아두카누맙은 ARIA(뇌부종, 미세출혈) 발생률이 비교적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증상 개선 효과는 임상시험에서 상반된 결과를 보여
승인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던 약물입니다.


레카네맙 (Lecanemab): 응집 전 단계의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

레카네맙은 응집체가 되기 직전의 중간형태(Aβ protofibrils)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IgG1 단클론항체입니다.

즉, 플라크가 형성되기 전에 존재하는 독성 높은 중간 응집체를 타깃으로 하여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의 조기 치료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약물입니다.

작용기전 요약:

  1. Aβ protofibrils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응집 억제
  2. 면역세포를 통한 제거 유도
  3. 신경 독성을 유발하기 전 단계에서 Aβ를 제거하여 진행 지연

레카네맙은 플라크 자체보다는 독성 응집체에 주로 작용하기 때문에
ARIA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임상시험(CLARITY-AD)에서는 인지 저하 속도를 위약 대비 약 27% 늦춘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도나네맙 (Donanemab): 변형된 베타아밀로이드 표적

도나네맙은 이소형 베타아밀로이드(p3 fragment)인 pyroglutamate-Aβ를 표적으로 하는
IgG1 단클론항체입니다.
이 변형된 Aβ는 더 단단하고 응집성이 강하며, 염증 반응을 유도하기 쉬운 형태로,
치매 진행에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도나네맙의 주요 특징:

  1. pyroglutamate-modified Aβ에 특이적 결합
  2. 주로 단단하게 축적된 플라크 제거
  3. PET 영상으로 Aβ 플라크가 충분히 줄어들면 투약 중단 가능 설계

도나네맙의 작용은 아두카누맙과 유사하게 플라크 제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표적이 더 특수화되어 있어 정확한 조기 환자 선별과 영상 추적이 중요합니다.

ARIA 발생은 여전히 보고되고 있으며,
2023년 공개된 임상 3상(TRAILBLAZER-ALZ 2)에선
인지기능 저하 속도 약 35% 감소라는 강력한 데이터가 발표되었습니다.


타깃에 따라 작용 시점도 다르다

세 약물 모두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떤 단계의 Aβ를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작용 시점, 환자 적합성, 부작용 위험도가 달라집니다.

  • 레카네맙진행 초기에 예방적으로 작용하여 병의 속도를 늦추는 데 유리하고,
  • 아두카누맙도나네맙기존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PET 영상상 플라크가 많이 보이는 환자에게 적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환자의 질병 진행 단계, 영상소견, 유전자 상태(APOE4 등)에 따라
어떤 항체 치료제를 선택할지 정밀의료적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