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세포의 브레이크를 해제하다: Pembrolizumab은 어떻게 암을 이길까?
T세포의 브레이크를 해제하다: Pembrolizumab은 어떻게 암을 이길까?
현대 항암 치료는 더 이상 ‘암세포만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제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찾아내고 제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면역항암제 시대입니다.
그 대표적인 약물이 바로 Pembrolizumab(상품명: Keytruda)입니다.
Pembrolizumab은 미국 MSD(Merck Sharp & Dohme)에서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며,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브레이크’를 해제하여
T세포가 암을 다시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1.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란?
면역계는 항상 외부 병원균과 내부 암세포를 구분해 적절히 공격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면역반응은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면역세포 내부에는 일정 시점에서 활동을 조절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를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라 부릅니다.
그중 대표적인 관문이 PD-1(Programmed Cell Death-1)입니다.
- PD-1: T세포 표면에 있는 억제성 수용체
- PD-L1/PD-L2: 종양세포 또는 항원제시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리간드
정상적인 상황에서 PD-1과 PD-L1의 결합은 자가면역 반응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만,
문제는 암세포가 이 시스템을 악용해 면역의 감시를 피해간다는 점입니다.
2. Pembrolizumab의 작용기전: 분자 수준에서 암의 면역 회피를 차단하다
Pembrolizumab은 인간 면역글로불린 G4(IgG4) 단일클론 항체로,
T세포 표면의 PD-1 수용체에 결합하여 PD-L1과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면역관문 억제제입니다.
이 차단 작용은 단순히 리간드-수용체 간 결합을 막는 수준을 넘어,
PD-1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변화시켜 T세포의 억제 신호 전달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구조적 기전
- Pembrolizumab은 PD-1의 C’D 루프(Arg86–Asp92)와 FG 루프(Leu128–Ala132)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며,
이 부위를 안정화하여 PD-L1이 더 이상 붙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 항체의 경쇄(light chain)와 중쇄(heavy chain)는 PD-1과 수소 결합, 소금 다리, 반데르발스 결합을 형성하여
매우 안정적인 복합체를 형성합니다.
분자동역학적 특성
- RMSD 분석: Pembrolizumab이 결합된 PD-1은 평균 0.33nm 수준의 낮은 구조 흔들림(RMSD)을 보여
전체 구조가 안정됨을 시사합니다. - RMSF 분석: FG 루프의 Lys131에서 구조 흔들림이 현저히 줄어들며,
Pembrolizumab 결합 후 PD-1은 더욱 단단히 고정된 형태를 갖게 됩니다. - 수소 결합 수 증가: 결합 후 수소 결합이 76개 이상 형성되며, 시간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합니다.
이와 같은 작용은 PD-L1과 PD-1 간의 상호작용을 구조적으로 차단하여,
T세포의 억제 해제를 유도하고 세포독성 T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도록 만드는 핵심 기전이 됩니다.
결국 Pembrolizumab은 T세포의 자연살해 능력을 되살리는 약물이며,
종양세포가 면역의 감시를 회피하는 ‘위장막’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참고문헌: IJMS 2023, 24(11), 10684)
3. Pembrolizumab의 적용 암종과 임상적 의의
Pembrolizumab은 다양한 고형암과 혈액암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요 적응증:
- 비소세포폐암(NSCLC)
- 흑색종(Melanoma)
- 신세포암(Renal Cell Carcinoma)
- 두경부암(HNSCC), 방광암, MSI-H 고형암 등
- 조직과 무관한 ‘종양 불문 승인(tumor-agnostic approval)’도 획득
FDA와 EMA는 PD-L1 발현율, MSI-H 여부, TMB 지표 등을 바탕으로
적절한 환자에게 Pembrolizumab을 1차 또는 2차 치료제로 승인하고 있습니다.
4. 면역항암제의 부작용과 사용 시 유의점
Pembrolizumab은 화학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지만,
면역 이상반응(irAEs)이라는 특수한 부작용 프로파일을 가집니다.
주요 irAEs:
- 폐렴, 갑상선 기능 이상, 부신 기능 저하
- 간염, 대장염, 발진, 당뇨병 등
- 치료 중단이 필요한 중증 사례도 존재
따라서 치료 전후로 간기능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호흡기 상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5. 미래의 면역항암 전략에서 Pembrolizumab의 위치
Pembrolizumab은 단독 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역관문 억제제(CTLA-4, LAG-3 등)와의 병용요법,
표적항암제, 세포치료제(CAR-T)와의 조합을 통해 고형암 정복에 핵심적인 치료 플랫폼이 될 전망입니다.
앞으로는 Pembrolizumab의 약물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개인 맞춤형 면역 프로파일링,
AI 기반 면역 분석까지 결합되어
면역항암제의 정밀도와 예측 가능성이 더 강화될 것입니다.
6. Pembrolizumab, 면역이라는 무기를 다시 꺼내다
Pembrolizumab은 세포독성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다시 기억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억제를 푸는 약'입니다.
PD-1과 Pembrolizumab의 결합은 단순한 차단이 아닌,
분자구조적 개입을 통해 면역 조절 신호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진보된 항암 전략입니다.
참고문헌
- IJMS 2023, 24(11), 10684. https://doi.org/10.3390/ijms24110684
- FDA Keytruda drug label and MOA (2020-2023)
- NEJM / Lancet Oncology review articles on PD-1 pathway